폴 오스터, 달의 궁전
내가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는 문장이라면 예전의 나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자 역겨운 느낌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갑작스럽고 무의식적인 반응, 급격하게 솟구치는 메스꺼움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것들을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모두 거부했다. 내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고의로 버린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완강하게, 경멸하듯 그런 것들을 거부했다. 그때부터 나는 실제로 나 자신을 돕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꼼짝하려고 들지 않았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 나는 셀수도 없이 많은 이유를 꾸며 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그것은 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책 :: 걷기
2005. 8. 15.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