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츠바이크(푸른숲,2004.10)

책 :: 걷기 2009. 7. 11. 11:54



발자크는 한마디로 무지막지하다.

무지막지한 의지력,

무지막지한 생산성,

무지막지한 속물근성 ......

이런 무지막지한 에너지로 온갖 난처한 상황을 만들고,
또 그것으로 견뎌내고, 버티면서 그의 천재는 단련되고, 자라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발자크 전공자가 아니라면 
97편에 달하는 '인간희극' 같은 문학적 조형물을 통해 그의 천재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200여년이 지난 지금, 여기서 발자크를 생생히 살려낸 츠바이크와 함께라면
발자크의 무지막지한 천재를 조금은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발자크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고서도 말이다.

4 ~ 5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을 지닌 터라
한 권의 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끝까지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든
츠바이크에 경탄을 보낸다.


( 발자크 기념관에서 찍은 사진들이 생각외로 웹상에 많았고, 위 책상은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hanarie?Redirect=Log&logNo=20061710783 )

2부 2장, 작업하는 발자크의 묘사는 굉장히 인상적인데 그중 책상에 대한 부분을 옮겨본다.

발자크는 책상에 앉는다. "연금술사가 자신의 금을 던져넣듯이 내가 나의 삶을 용광로 속에 던져넣은" 이 책상 앞에 말이다. 그것은 작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네모난 책상이었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소유물 중 가장 값진 것보다 더 사랑하였다. 터키 옥이 박힌 황금 지팡이나 힘들게 모아들인 은식기, 화려하게 제본된 책들, 혹은 자신의 명성도 그는 작고 말없는, 다리 네 개 달린 책상보다 더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이 집 저 집으로 이사할 때마다 끌고다녔으며, 병사가 피의 형제를 싸움의 한복판에서 구해내듯이 경매나 파산에서도 구해냈다. 이 책상은 그의 가장 깊은 즐거움과 가장 힘든 고통의 유일한 친구였으며, 그것만이 그의 참된 삶의 증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 모든 비참을 보았고, 나의 모든 계획을 알고 있으며 내 생각을 엿들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거기 기댈 때면 내 팔은 거의 강제로 그것을 이용하였다.

어떤 친구도, 어떤 지상의 인간도 이 책상만큼 그를 많이 알지 못했으며, 어떤 여자와도 그토록 많은 밤을 함께 보내지 않았다. 발자크는 바로 이 책상 앞에서 살았고, 이 책상 앞에 앉아서 죽도록 일했다.
(p.240)


저 책상에 앉아 자정 12시부터 8시까지 밤새 펜을 멈추지 않고 써나가고, 
오전 8시에 배달된 인쇄물로 교정작업을 오후 5시까지 했다.
 
검은 석유, 커피로 작동되는 작업 기계 발자크는 빚에 쫒겨 20여년간 이렇게 살았다 한다.

전체 구상된 '인간희극'의 프레임이 크기도 하고 화수분 같은 그의 상상력과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용지능에 있어서는 아주 바닥인 발자크는 끊임없이 빚을 만든 덕분에,
죽을 때까지 노동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인간희극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을 이렇게 손수 스케치를 했다고 하는데
발자크 기념관에 관련된 포스트들을 보고 처음 알았다.

발자크 평전과 함께 하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인생에 있어 행복이란 부분,
우주를 경험할 유일한 기회인 지금, 내 청년기는 어떻게 꾸려져야 할까 ...
하는 부분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른 곳에서 또 만나자구요, 츠바이크 형님.

yes24 : http://www.yes24.com/24/goods/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