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루이스 세풀베다(열린책,2006.02)
책 :: 걷기 2007. 11. 20. 16:36동물의 종 가운데 20% 미만이 생태계 파괴 원인의 80% 이상을 제공한다.
지구상 3,000만종 가운데 오직 한 종(0.00000003%)이 전체 해악의 40%를 담당한다.
그 종이 어떤 종인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living the 80/20 way(리차드 코치) 중에서
지구상 3,000만종 가운데 오직 한 종(0.00000003%)이 전체 해악의 40%를 담당한다.
그 종이 어떤 종인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living the 80/20 way(리차드 코치) 중에서
그렇겠지.
아무 이유없이 같은 종족을 살해하는 지구상 유일한 종족.
침팬지와 98% 유전자가 똑같지만 2%가 다른 종족.
'발전'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자들에게 살해된 아마존의 열렬한 옹호자, 멘데스에게 바치는
이 짧은 소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치과 의사의 걸죽한 입담을 빌려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질타하는가 하면,
아마존의 주인인 수아르 족의 삶의 지혜를 들려줌으로써
인간이 자연을 외면하는 한 결국은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경고를 담고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지구 산소중에 25%를 생산하는데, 그 면적도 만만치 않아서
전세계 육지의 5%나 차지한다. 비행기를 타고 두세 시간 날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아마존의 정글에서 외지인의 접촉을 피해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인디오들.
5백년 전, 콜롬버스를 손님으로 맞이한 이래 1천만의 인디오는
고작 55만명 남짓한 수만 살아남게 되었다.
둥지에서 굴러 나가지 않아야 하기에
원이 아닌 타원형으로 생긴,
품기에 알맞게 모나지 않아야 하기에
네모지지 않고 타원형으로 생긴,
그런 생명의 원리를 담은 달걀을 다른 사람이 세울 수 없었던 것은
조류의 알은 애초에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지.
그걸 깨부셔서 세운 콜럼버스.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으로 말머리를 돌려보면,
가톨릭을 믿는 농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그의 아내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와 함께
아마존을 개간하라는 정부의 정책으로 땅을 일구려 애쓰지만 될 턱이 없는 소리였다.
아마존의 주인, 수아르 족이 다 헛 일이라고 한데는 이유가 있었지.
제초를 해도 다음 날이면 허리만큼 풀이 올라와 있고,
우기가 지난 후 남은 씨앗을 뿌려보니 끊임없는 비에 씻겨 내린 바람에,
씨앗은 필요한 자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든다.
그나마 살아남은 작물도 다음 우기에 접어들면서 첫 폭우와 함께 휩쓸린다.
수아르 족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 등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전수해 준다.
지혜란 이런 것.
덕분에 수아르 족이 아닌 수아르 족.
밀림의 고수, 밀림의 셜록 홈즈가 된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밀림에서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며 노인이 되어갔다.
살해된 시체를 수아르 족에게 덮어 씌우는 뚱보 읍장.
그에 반론하는 노인의 '암살쾡이 추리'는 과학수사대 CSI를 떠오르게 하는 명장면이지만,
개인적으로 읽을 줄은 알아도 쓸 줄은 모르는 노인의 독서방식에 더 눈길이 갔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캬~ 멋지다. 나도 언제 저렇게 읽을 시절이 있겠지.
'뜨거운 키스', '곤돌라', '베네치아'를 상상하는 노인의 생각과 감정은
'사과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사과의 맛을 전해보시오'와 같았다.
글로 전하지 않고 사과를 건네 먹게 하면 알 것을 ...
하지만, 지식 습득의 수단이 아닌 불입문자(不立文字)의 지혜를 터득한 노인에게는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이기도 하고,
글읽기가 주는 사유의 유희에도 그 몫은 충분하기에 아주 유쾌한 부분이다.
암살쾡이를 추적해 죽이고 눈물을 흘리는 노인은,
인간의 야만성을 잊게 하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연애소설이
기다리는 오두막을 그리워하며 끝이 나는데,
문자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yes24 :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189063&CategoryNumber=0010010170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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