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전 한 닢 - 피천득
내가 상하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생각 :: 生覺_살면서 깨닫다
2018. 8. 8.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