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無逸)

생각 :: 生覺_살면서 깨닫다 2006. 5. 13. 04:48
너무 없나 ?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 있게 합니다.

<서경>에서는 단 한 편만 골라서 읽겠습니다. 가장 신뢰성 있는 주공편에서 골랐습니다.

周公曰 嗚呼 君子 所其無逸
先知稼穡之艱難 乃逸 則知小人之依
相小人 厥父母 勤勞稼穡
厥子 乃不知稼穡之艱難 乃逸 乃諺 旣誕
否則 侮厥父母曰 昔之人 無聞知
- 周書 ' 無逸'

군자는 무일(無逸, 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稼穡)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小人之依)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聞知)이 없다고 한다.
- 주서 '무일'


이 글은 주공이 조카 성왕(成王)을 경계하여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형인 무왕(武王)이 죽은 후 어린 조카 성왕을 도와 주나라 창건 초기의 어려움을 도맡아 다스리던 주공의 이야기입니다. 군주의 도리로서 무일하라는 것이지요. 안일에 빠지지 말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 '무일'편에서 개진되고 있는 무일 사상은 주나라 역사 경험의 총괄이라고 평가됩니다. 생산 노동과 일하는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고 그 어려움을 깨닫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1957년과 1980년대에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던 하방 운동(下方運動)의 사상적 근거가 바로 이 무일 사상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무일'편은 주공의 사상이나 주나라 시대의 정서를 읽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생산 노동과 유리된 신세대 문화의 비생산적 정서와 소비주의를 재조명하는 예시문으로 읽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세대 정서로는 무일은 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지요. 무엇보다고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 신영복,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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