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생각 :: 生覺_살면서 깨닫다 2007. 1. 31. 10:44이번 프로젝트는 분명 마음의 짐, 빚이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됨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믿기 어렵게 된 지난 한 해였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왜 이리 꼬였지 ?
귀찮아하는 나태, 자신을 속이는 거짓, 위기를 모르는 극단적인 낙천주의가
미루고 미루어 이뤄놓은 극심한 슬럼프에 난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머리 굴려 생각하면 뭘 해 ? 부딪히고 달려야지 ...
크레임 난 건들은 사과에 사과를 거듭, 한 건씩 풀어나갔다.
조금씩 나아진다.
고객의 신뢰와 믿음은 이미 바닥을 달릴지 몰라도
나는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다.
뭐라 하건, 나 자신이 맘에 안들어도 나는 조금씩 일어난다.
사람 사는 일 별 거 있겠어 ? 지나고 나면 큰 일 아닌 걸 알잖아
다들 알면서 그러겠지만 ...
밉지 않다고들 한다.
지 사리사욕 챙기는 놈들만 보다 내 모습을 보니 밉지가 않다고들 한다.
다행이다.
마지막 남은 한 건.
이걸 생각하면 한 해동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세상에 !!! 1월에 수주받은 걸 아직도 달고 있다니 ...
9월. 난 정말 한 달이면 쉽게 끝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뻔하지 이런 거 ... 금방 할꺼야
모든 프로젝트에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납품은 늦어지고, 난 무언가 설명할 꺼리를 찾아낸다.
책상 한 쪽 구석탱이 커피잔이 나라고 생각하고 말해본다.
변명으로 들린다. 이건 아니다.
변명이 아니어야한다.
정확히 상황에 대해 전달하고 이해시켜야한다.
관련 지식과 기술에 능통한 것만 갖춰야할 덕목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다.
사람이 필요하고 원해서,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요구하는 것을 컴퓨터가 알아듣게,
컴퓨터가 알아먹는 것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통역사가 된다.
다행히 서로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힌다.
고맙다. 하지만 내가 전하는 그 말들은 나에겐 여전히 핑계와 변명으로 들린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
9월 한 달 동안 정말 직살나게 고생했다.
머리속은 늘 숫자가 날아다닌다.
이 쉬운 걸 다들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나 ?
고객의 요구사항은 또 터져나왔다. 쉽지 않아진다.
지금의 내 방식으로는 쉽지않다. 아니 가능하지가 않다.
다른 쉬운 방법이 없나 ?
10월 말, 난 기존 작업하던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업무를 해나갔다.
11월,12월 다른 작업을 하면서 내 머릿속은 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관련 지식을 조금씩 수집한다.
음 ... 아니다. 이 방식으로도 안 되겠다.
머릿속으로 계속 작업한다. 플로우를 그린다.
음 ... 이건 어떨까 ...
길을 가다가, 밥을 먹다가, 꿈결에서도
난 계속 그 작업을 진행한다.
음 ... 이건 가능하겠어 ...
난 미루었던 작업을 시작했다.
11월, 12월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만들어진 것을 하나씩 구현해나갔다.
된다 !!!
생각대로 되어진다.
하핫 ~
9월, 10월 하루 13시간씩 코딩해도 흡족치 않은 결과물이
새로운 방식으로 1월 단 2주에 마무리 되었다.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인 것은 단 하루가 걸렸다.
(물론 9월, 10월의 그 노가다가 없었다면 이렇게 수월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고객도 완성도가 높다며 만족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 소중함이 있었다.
"아이디어는 자기가 구현 할 수 있는 기술의 범위 안에서 나옵니다"라는 말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사실 난 이 일 자체에 큰 애정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 MSX, Apple, spc-1000 등으로 로드런너, 붐잭류의 게임을 만들고
재주가 있다 머리 쓰다듬어 주는 어른이나 형,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내가 쓰는 코딩 몇 줄이 밥을 먹여주는 수단이 됨을 알았지만
난 이쪽 관련 지식 습득에 소홀한 점이 많았다.
내가 얼마나 깡통인지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여러 모습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느낀 바 많았다.
세상일 중에 왜 이것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그저 해야만 했던 일.
그것을 왜 해야만 하는지 알아야했다고 하나 ?
뭐 그런 식이다.
점차 점차 로드맵이라는 것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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