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술을 배우기 시작할때였던 20대 초반에 선배들을 따라 갔던게 처음이었다.
그 후로도 종로에서 약속이 있거나, 비가오거나,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거나, ... 할땐
종종 다시 피맛골을 찾아가곤 했다.
비가온다는 핑계로 술한잔 하고 싶은 생각에 피맛골 골목에 들어섰다.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동네지만
때로 난 이런 낡고 오래된 분위기가 좋다.
여기저기 생선굽는 냄새가 가는길을 막아선다.
그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든 유혹이어서 쉽게 지나치기가 힘들다.
생선구이집이 여러곳 있지만 그중 꽤 유명한 집이 대림식당이다.
물좋고 실한 고등어, 삼치, 꽁치, ... 아~ 냄새 정말 사람 잡네!
결국 오늘의 본래 목적을 잠시 망각하고
'일단 저녁은 먹어야지'하며 계획에 없던 생선구이 백반을 먹었다.
<대림식당 기행>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본경기으로 들어간다.
짜잔!
참새구이, 메추리구이, 각종 꼬치에 정종대포 한잔이 제대로 어울리는 <참새집>이다.
따뜻한 정종은 쨍하게 추운 한겨울이 제맛이지만
장마철에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도 잘 어울린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바로 이사진을 찍고있는 문 앞자리다.
예전에는 포장마차 안주 메뉴로도 종종 참새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메뉴가 되어버렸다.
일부 포장마차에서는 병아리나 메추리를 참새라고 속여 비싸게 판다는 얘기도 들리고...
전부터 이집에 갈때마다 선반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이 정종잔을 찍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 찍었다. 내 눈에만 예뻐보이는건가...^^
정종을 주문하면 저 백화수복을 데워준다.
메뉴판을 찍으려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고있는데
단골인듯한 노신사 두분께서 장난끼가 발동하신듯^^
나가시면서 명함을 주신다.
"사진나오면 좀 보내주게. 꼭!"
정종 2천원, 히레정종 3천원, 참새구이 3천원, 메추리 2천원, ...
요샌 한마리에 3천원 짜리 통닭도 있는데 참새 한마리가 3천원이면
너무 비싼거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사람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라면 그냥 통닭을 사먹는게 좋다.
그런데 혹시 이런 얘기 들어는 봤는지...
"참새고기 한점과 쇠고기 열점을 바꾸지 않는다."
(에.. 그리고 또...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릴수 있었던 비결이 참새라나...^^)
꼬치구이를 찍어먹을 후추소금과 새콤하고 아삭아삭한 무우 초절임을 내준다.
술은 따뜻한 정종을 주문했다.
굴순두부 뚝배기도 기본안주다.
알맞게 데워진 정종을 직접 부어주신다.
이건 불에 구운 복어지느러미를 넣은 히레정종이다.
술을 데울때 실수로 끓이게 되면 알콜이 날아가서 맛이 나지 않는다.
적당히 데운후에 잔에 따라서 불을 붙여보아 불이 붙으면 제대로된 것이다.
사진에도 붉은 불꽃이 보이는데 술을 따르면서 불을 붙여준다.
히레사케.
대부분의 정종집에선 보통 한조각 정도가 들어가는데
이집은 복어지느러미를 정말 많이 넣어준다.
저정도라면 적당히 우려낸후 건져두었다가 두세잔쯤 더 우려먹을 수도 있는 양이다.
그러니까 첫잔을 히레정종으로 시키면 그 다음 몇잔은 정종을 시켜도 히레정종으로
먹을 수 있다는 얘기.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이 기막힌...
아, 정말 이런저런 맛있는 냄새로 사람잡는 동네다.
저기서 나는 연기가 범인이었군! 한번 들여다보자.
오오~ 뷰리풀!
형형색색의 맛깔스러운 꼬치들.
처음 먹어보는것도 아닌데 새삼 설레이고 입엔 침이 고인다.
드디어 하나씩 차례로 올려진다. 마늘과 은행.
마늘과 은행을 한쪽으로 쓰윽 밀고 들어온건
새조개와 키조개.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닭똥집과 염통 구이.
새송이 버섯 구이까지.
다 모아서 모듬 꼬치세트.
두세명이 정종대포 한잔하며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쫄깃하되 질기지 않은 가이바시. 맛있다!
참새구이 전문인데 안먹어볼수 없지.
"이모님, 저희 참새하고 메추리좀 구워주세요!"
쇠고기 열점과도 바꿔먹지 말라는 바로 그 참새구이.
저 조그만걸 어떻게 발라먹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새와 메추리는 뼈까지 통째로 먹는다.
닭뼈처럼 억세지 않고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씹히는데 고소하다.
참새보다 조금더 덩치가 큰 메추리.
참새는 꼬치에 꿰어 내주고, 메추리는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내준다.
참새구이와 같이 먹어보면 맛의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잠시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이 된것같다.^^
닭다리를 닮은 메추리 다리.
밖에서 군침만 흘리지 말고 들어와서 군참새 드세요^^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참새집. 재미있고, 맛있었고, 즐거웠다. (글|사진 잠든자유)
"어이, 나의 자전거 동지들!
장마철이라 자전거 출퇴근 못하는 날이 종종 있을텐데
그런날 한번 소수정예로 쳐들어가자구^^"
찾아가기 : 피맛골 골목을 여기저기 구경하다보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출처 : http://local.naver.com/nboard/read.php?board_id=li_hottalk&nid=4240&navertc=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