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스크랩 2006. 2. 7. 06:36


뒹굴며 즐기는 신사들의 경기, 럭비

『샘이 깊은 물』 2000년 2월호

푸른 잔디 위에서 타원형의 공을 잡고, 뛰고, 차고, 상대 선수를 태클하며 뒹구는 럭비 경기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남자 운동의 전형을 보게 된다. 럭비 경기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분명 대중적인 경기인데도 보통 사람들에게 낯설며, 보는 이들에게는 복잡한 경기처럼 보이지만, 맥을 짚고 보면 아주 간단 명료한 경기이다. 또한 거칠고 난폭한 경기로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안전하며 신사적인 경기이다. 이런 면들은 럭비의 특징을 알고 나면 쉽게 이해되리라 생각된다.

여기서 럭비 경기의 간단한 개요를 살펴보고 럭비 정신이 영연방과 서양 사회의 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럭비 경기는 본능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월드컵 축구나 럭비 경기, 미국의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들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이는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는 스포츠가 인류의 생성과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는 일은 큰 필요성이나 본능 때문이라는 학설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풋볼'의 기원은 기원전 십오년으로 보는데 역사의 기록은 그리스의 시인 호머가 쓴 <오디세이아> 제육 권에서 "젊은이들이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기름으로 몸에 발라 아름답게 하고 강가에서 점심을 먹고 맑은 하늘 밑에서 공으로 하는 경기를 즐기더라"라는 구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때 '할파스툼'이라고 부르던 축구 경기의 하나가 오늘날 여러 형식의 구기 경기로 발전하는데 1823년 11월 영국 '럭비 스쿨'의 한 축구 경기에서 월리엄 웹 엘리스라는 학생이 경기에 열중한 나머지 자기에게 굴러 온 공을 잡고 붙잡으려는 상대 선수들을 피해 가며 상대 쪽 진영으로 뛰어든 사건이 럭비 경기의 유래가 되었으며, 지금도 이 럭비 스쿨 교정에는 "최초로 공을 손으로 껴안고 뜀으로써 럭비의 형태가 시작되다"라고 새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 뒤 영연방을 중심으로 럭비 경기가 성행하면서 영국 신사도의 교본과 같은 경기로 발전했다. 우연히 경기 규칙을 어긴 사건이 손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현대 럭비의 효시가 된 것이다. 그 뒤 럭비 팀들이 만들어지고 그 수도 점차 늘어났다.



1871년 1월 26일 런던에서는 럭비풋볼협회를 조직하는 모임이 있었으며, 여기에 스무 개의 클럽이 참가하였다. 두 달 뒤에는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벌인 첫 국제 경기가 에든버러에서 열렸다. 이때 양 팀 선수는 스무 명이었으며, 주심이 없었기 때문에 양 팀 주장이 중재자 구실을 했다. 1873년에는 스코틀랜드풋볼협회, 1874년에는 아일랜드풋볼협회, 1879년에는 아일랜드럭비협회, 1880년에는 웨일스럭비협회가 각각 결성되었다. 또한, 첫 대학간 경기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럭비 경기도 1872년에 시작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클럽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럭비는 해외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890년대 초반의 럭비 경기는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결국, 럭비는 경기에 대한 사랑 자체가 목적이라는 결론과 함께 아마추어리즘을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 그 뒤 럭비는 유럽의 모든 지역, 나아가 온 세계에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은 1927년이다. 럭비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달리 세계 선수권 대회라는 것이 없으며 '월드컵 대회'를 빼고 거개가 초청 경기 형식으로 대회가 열린다.



영국의 신사도에 영향을 미친 럭비



영국의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거개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럭비 대항전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이라고 한다. 또한 사회 어떤 분야에서도 '그 사람 러거(럭비 선수)야' 라고 하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것은 선수 생활을 통해 '럭비 정신'을 갖추었기 때문이며, 럭비 정신은 럭비 경기가 갖는 특성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다른 경기들은 전법, 전술, 작전 들이 경기의 전부이지만 럭비에서는 럭비와 사람 또는 사회와의 관계, 상호 작용 들이 더욱 중요하며, 전법이나 전술, 작전은 매우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연방에서 럭비 경기는 사회적 성격 형성을 위한 종교요, 철학이며, 교육의 도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럭비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럭비는 아마추어 경기이다. 어느 누구도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대가로 돈이나 물질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이는 럭비 경기의 기본 이념으로 경기 규칙의 첫머리에 밝힌 럭비인들의 선언이다. 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맛볼 수 있는 참다운 즐거움과 선수들 사이에 맺어진 우정만을 진실한 대가라 생각하고 경기만을 사랑하는 것이 '러거'들의 마음가짐일 뿐, 돈이나 대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둘째, 럭비는 우정으로 맺어진 경기다. 럭비 경기에서는 심판이 머리 위로 두 손을 들면서 호루라기를 부는 경기 종료(노 사이드)와 함께 지금까지 서로 갈라져 땀과 먼지 속에 뒤범벅이 되어 싸우던 육탄전이 끝난다. 그리고 어느 편도 아닌 럭비를 사랑하는 친구로 돌아가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한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오직 경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뜻으로, 각국의 럭비 경기장에는 샤워장이 한 개만 마련되어 있다.



셋째, 럭비는 신사들의 경기다. 영국 귀족 사회에서 '러거'라고 부르는 것은 그이가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끝을 맺고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윗사람을 존경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럭비 경기의 정신이 일반화된 특성으로 개인에게 나타나는 사회성을 뜻한다. 또한 날씨나 기후 조건에 관계 없이 정해진 시간에 경기를 하는 것은 일단 맺은 약속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정신과 어떠한 사태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럭비에서 심판은 절대적이다. 서른 명의 많은 선수들이 격돌하면서 신체 접촉이 허용되는 경기는 럭비밖에 없을 것이다. 럭비의 경기 규칙에서 '시합에는 한 명의 심판을 둔다', '심판은 유일한 판정자이며 규칙의 적용자로서 모든 선수를 구속한다', '심판이 일단 내린 판정은 변경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심판에게 절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곧, 선수들은 심판의 권한을 존중하고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판과 선수 사이의 신뢰감을 바탕으로 하며 승리를 훔치지 않는다는 맹세 아래 경기를 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심판을 두고 그이의 판정을 따른다는 것은 합리성을 따지는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몇 십 명의 선수가 한 명의 심판 판정에 복종할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야말로 럭비 경기만이 갖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럭비가 가르치는 교훈과 국가관



럭비는 재치와 힘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경기 기술과 과학적인 훈련법의 개발을 위하여 이론 연구가 계속되어야 하는데, 이는 충동적 게임을 지성적 게임으로 바꾸는 첫발이 된다.



어떤 목적을 세워 이루어 나가는 과정으로, 여러 정보를 모아 이론을 구성하고, 그 이론을 실험을 통해 반성하고 깊이 생각하여 다시 조직하며, 다시 세운 이론을 다시 되풀이하여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입증해 가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사람이 충동적인 행동으로부터 지성적인 행동으로 변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럭비가 주는 교훈이 있다. 럭비가 주는 재미가 럭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전부는 아니다. 자신이 꾸며 낸 기술이 연습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이것이 실제 경기를 통해 실증되는, 그러니까 연구와 노력이 쌓이고 쌓여 완성되는 것 또한 럭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즐거움이 된다.




또한 럭비는 팀 구성원이 열다섯 명이나 되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 서로의 협동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자기 위치에서의 구실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수들 하나하나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중요하다. 럭비의 이런 특성 때문에, 개인들은 선수 생활을 통해서 확고한 국가관을 지니게 되어 영연방의 결속을 다지고는 하였다. 이것이 바로 럭비의 힘이다.

영국의 한 럭비 클럽의 기록을 보면, 그 클럽의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기록보다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숫자가 더욱 중요하게 씌어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러거맨'들의 추도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영예로운 일을 하였을 때도
우리들은 제군들의 명성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 제군들이 싸움터에서 이겼다는 것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제군들이 분투했다는 것,
그리고, 제군들이 즐겁고, 통쾌하게
웃었던 것만을 생각할 뿐이다.
제군들은 칭찬이라든지 비난 따위를
더없이 싫어하며,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다만 제군들의 묘비에
새기고 싶은 것이다.



럭비 클럽과 민주주의



근대 민주주의 사회가 발전한 데에는 앵글로색슨의 자치정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이 정신에는 럭비와 럭비 협회가 많은 공헌을 했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다.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 이후 도시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가족 집단과 지역 집단의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 때문에 사회 결속력은 약해졌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사회 기초 집단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럭비 협회가 있었으며, 이것들은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우리 나라의 스포츠는 올림픽 대회를 중심으로 발달하였으나, 영국의 스포츠는 클럽을 중심으로 발달하여 왔다. 지금도 우리 나라의 스포츠에는 조직과 선수만 있고 선수가 소속된 클럽은 없다. 그러나 영국 사람들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클럽이 있다. 럭비도 이러한 클럽을 통하여 세계에 전파되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클럽이란, 고정 회원이 자신들의 경비를 대어 클럽 하우스와 경기장을 가지며, 같은 정신과 규범, 규약, 조직 아래 자주적, 민주적, 영속적으로 운영하는 집단을 말하는데 이것은 동호인 클럽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이들은 이러한 클럽에서 럭비를 통하여 사회 생활에 필요한 정신, 선의, 공평, 정직, 관용 같은 덕성을 기를 수 있으며, 그러한 행동과 태도로써 그이들끼리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공통 정신은, 인간 공통의 의무를 공평하게 부담함으로써 같은 권리를 행사하며 집단 운영에 참가하게 한다.



럭비는 경기, 연습 그리고 클럽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러거맨 클럽'에서 배운 사회 행동이 현실 사회에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럭비는 인간 행동을 통하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마추어리즘이나 페어 플레이 정신도 이러한 사람들의 사회에서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며, 게임과 클럽 생활을 통해 그러한 태도와 행동을 다시 몸에 익히게 된다. 럭비를 즐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협회는 클럽의 공통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협의체로 구성하고 있다. 럭비가 '세계럭비연맹' 같은 세계적인 단체를 갖지 않는 것은 이러한 자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스포츠 클럽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 집단이라고 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미 스포츠 단체가 사회의 기초 단체로서 정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이천 개가 넘는 럭비 클럽에서 매주 토요일 십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럭비를 즐기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가 굳은 결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초 집단이 많아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데올로기나 사상이 아닌 사회 생활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진지를 타원형의 공으로 점령하는 경기인 럭비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만든다. 긴 세월에 걸쳐 그러한 생활을 즐기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존경하면서 즐거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또한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주적 행동을 몸에 익히며, 자신들의 집단(클럽)을 바탕으로 현실 사회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사회 행동을 통한 개혁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신념이 럭비 클럽 생활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럭비 정신은 보다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창조적 원동력이 되며, 우리들의 사회 생활에 새로운 기운과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곧, 이러한 점에서 현대 럭비 정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럭비 경기는 어떻게 하는가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경기 개요나 규칙을 모르면 경기를 보는 것이 재미있을 수 없다. 여기서 럭비 경기의 개요를 이야기 식으로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 팀의 구성

일곱 사람이 하는 럭비가 새로 생기긴 했지만 여기서는 전통적인 방법인 열다섯 사람이 하는 럭비만을 가지고 설명하려고 한다. 럭비는 어느 구기 종목보다 많은 열다섯 명이 팀을 이룬다. 따라서 선수들의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을 통해서 선수들은 강한 협동심을 배우게 된다. 럭비에서 등 번호는 일 번에서 십오 번까지 일련 번호를 붙이는 것이 원칙인데 위치는 다음과 같다.


포워드는 스크럼을 짜고 돌진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하는 포지션으로 강한 체력이 필요하며 체중도 많이 나가야 한다. 하프백은 포워드와 백들을 연결하는 재치와 높은 개인기가 필요하다. 스리쿼터백은 공을 패스하고 차면서 공격을 하며 상대 백들의 공격을 태클로 방어하는 빠른 속력, 정확한 패스 능력과 공 받는 능력, 페인팅, 태클 들의 기술이 필요하다.

(2) 심판

심판은 한 명이며, 경기에 대한 절대 권한을 갖는다. 그래서 심판의 판정에 반드시 따라야 하고, 항의나 번복이 용납되지 않는다. 심판 판정을 절대시하는 한 일화를 소개해 보겠다.

영국의 유명한 선수 하나가 트라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심판은 노 트라이로 판정했다. 그 선수는 당시 아무런 항의도 없이 심판 판정에 승복하고 경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훗날 이 선수는 임종 직전 친구에게 '그때 내가 트라이한 것이 분명했다'며 눈을 감았다.

이렇듯 심판은 경기 운영에서 절대 권한을 갖지만 이에 따른 권위와 의무감 때문에 럭비 심판은 높은 자질을 가진 이라야만 한다. 물론 선심이 두 사람 있지만 심판이라기보다는 터치를 판별할 뿐이며 경기 진행의 권한은 갖지 않는다.

(3) 득점

럭비의 득점에는 두 가지 형태, 네 가지 종류가 있다.

① 트라이 5점

② 트라이 뒤의 골 2점

③ 프리 킥, 페널티 킥에 의한 골 3점

④ 경기 진행 중 드롭 킥에 의한 골 3점

가장 전형적인 득점의 형태는 공격 선수가 상대 진영 뒤쪽 득점 영역에 공을 찍는 것으로, 트라이라고 하며 5점을 준다. 트라이가 이루어진 뒤에 킥으로 골을 넣으면 2점이 보태진다.

(4) 경기 진행

럭비는 어느 운동보다도 자유롭게 진행되는 경기이다. 킥오프로 시작한 경기는 선수가 공보다 앞서 있지 않는 한 자유롭게 공을 차고, 잡고, 줍고, 가지고 뛰고, 전달할 수 있으며, 또한 공을 가진 이를 태클하고, 밀치고, 넘어뜨릴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상대 진영에 공을 갖고 들어가 지면에 찍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매우 복잡한 경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일목 요연한 경기이다. 또한 스크럼, 라인아웃, 몰, 럭, 페널티의 다섯 가지 행동이 럭비 경기의 전부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다섯 가지 행동들은 보통 사람들이 볼 때 '이전 투구'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정교한 팀워크에 따라 진행된다.

① 스크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공을 잡다 앞으로 떨어뜨린다거나 앞으로 던지거나 줍다가 실수를 할 경우에 심판은 호루라기를 불어 스크럼을 명령한다. 스크럼은 한 게임에 평균 삼십에서 사십 번 나오는데 이것은 경기를 다시 시작하고 공을 다투기 위한 전초전에 해당한다. 따라서 스크럼에서 공을 먼저 잡는 것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② 라인아웃

다른 구기에서의 아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지만, 럭비에서는 공격의 방법으로 작전상 일부러 하는 경우가 거개이다. 게임 도중 공이 운동장을 벗어나 게임이 잠시 중단되었을 때 다시 시작하는 것을 라인아웃이라고 한다. 한 경기당 라인아웃은 삼십에서 사십 회에 이르고, 특히 바뀐 경기 규칙에 따르면 상대 백들과의 공간이 이십 미터나 되므로 라인아웃에서 공을 차지하게 되면 백들이 스크럼 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공격을 펼칠 수가 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스크럼과 거의 같은 수의 라인아웃이 있게 되므로 라인아웃으로부터의 공격은 스크럼이 약한 팀에게는 큰 무기가 된다.

③ 몰

상대방의 강한 태클로 공격을 차단당하고, 공격자 쪽도 똑같이 공을 빼앗기지 않고 공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을 중심으로 밀집해 경기가 중단된 상태다. 이와 같이 공을 가진 선수 주위에 양 팀 각 한 명 이상의 선수가 공을 빼앗기 위해 공을 든 채로, 밀집되어 있는 상태를 몰이라고 한다.

④ 럭

공이 지면에 닿아 있고, 그 주위에 양쪽 한 선수 이상이 밀집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몰과 함께 현대 럭비를 하는 데 있어서, 공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매우 중요한 집단 기술로 평가된다. 럭에서 나온 공은 몰에서 나온 공보다 공격이 훨씬 유리하며 상대의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효과 있게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이 일어난 지점에서 선수는 럭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을 확보하여 몰을 구성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⑤ 페널티 킥

페널티 킥을 주는 경우는 매우 많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 스크럼이나 라인아웃에서 부정 행위 또는 일부러 반칙하는 경우

• 차지, 방해, 부정한 플레이, 신사적이지 못한 행위

• 오프 사이드의 경우

페널티 킥이 주어지면, 플레이스 킥으로 득점을 시도하거나 하이 펀트 킥이나 탭 킥으로 공격을 다시 하게 된다. 킥을 이용한 공격으로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하이 펀트 킥에 의한 공격 : 적진 골 포스트를 겨냥하여 하이 펀트 킥을 한 뒤 포워드가 공의 낙하 지점에 달려들어 공을 잡아 낸 뒤 백들에게 연결하는 공격 방법이다.

• 탭 킥에 의한 공격 : 페널티 킥을 얻은 지점에서 키커 발에 살짝 대듯이 킥을 해서 자신이 받아 공격을 다시 하는 방법이다.

김 의수 / 글쓴이는 지금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특수체육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럭비(현대스포츠 시리즈 3)>, <운동인체해부학>, <특수체육> 들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