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7단의 투병소식을 애곡하면서...

생각 :: 生覺_살면서 깨닫다 2005. 5. 20. 19:50
수발주내역을 보다가 '고인 김수영', '謹弔' 가 있어 찾아 보니
좋은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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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kin.naver.com/knowhow/entry.php?docid=76066


언제나 밝은 미소속에 활짝 핀 넉넉함을 구수한 입담속에 가득담으셨던 김수영 7단님!



오늘 아침 동아일보를 펼쳐보다가 님의 췌장암 투병소식을 듣고 지난 시절과 개인적 바둑의 인연 그리고 오늘날 한국바둑의 변화와 발전 등을 떠올리며 평소 당신이 곧잘 들려주시던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두눈에 흘러내리던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바둑을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어찌 한국바둑의 선구자이시며 그 태동의 주역이셨던 조남철 선생과 그 분의 제자 특히 김수영님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넘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두분 모두 이제는 흐르는 시간에 세월 속에 노년과 병상의 질고로 인하여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이 참으로 가슴이 아파옵니다. 한번 정해진 죽음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하고 사는 것이지만, 구래도 인생의 이별이란,,, 아니 멋을 알고 진정한 삶의 묘와 현을 깨우치고 누리다가 가시는 님들과의 헤어짐은 참으로 눈물겨운 아름다움의 정점이요 또한 인생의 어찌할 수 없는 힘겨운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김수영 사범님!

그 풍채 당당하시고 호방하시던 모습도 세월따라 병고따라 많이 달라지셨으라 상상됩니다. 때론 심한 통증과 막역한 불안 때문에 놀라시고 괴로울 때가 많을 것이란 것도 알게 됩니다. 더우기 보도를 통해서 진통제를 거부하고 자연상태의 상황을 담담히 맞이하고 계시단 걸 듣고는 더욱 연민과 감정이 복받쳐 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개인적 인연을 깊이 가져보지 못했지만, 저 또한 바둑의 깊은 맛과 그 독특한 향기에 취해 한층 더 풍성하고 윤택한 삶을 살았기에 바둑인의 대한 사랑과 존경은 한없이 크고 깊은 까닭으로 자리하고 있는가봅니다. 더욱 의사로써 환자로 대할 때의 그 심정 또한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더욱 눈물나고 소망스런 유감은 암세포를 죽이려고 독한 약을 쓰지 않은 김사범님의 삶의 처세와 인생의 관조의 힘입니다. 그런 지혜와 인덕은 바둑의 오랜 수양과 격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믿기에 그 달관된 경지와 차원이 심히 마땅하면서도 감히 존경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상대 대마를 잡으려 하면 자기 말이 다치는 바둑의 이치와 같이 좋든 싫든 제 몸에 있는 암덩어리를 친구처럼 대하는 그 자세와 인격은 진정한 바둑인의 품격과 생명의 정명관이 없이는 선택하기 어렵고 깨닫기 힘든 자세와 태도입니다.

그 불편과 고역을 무릅쓰고 마지막까지 반상에서 즐겁게 투쟁하시며 모든 경기에 참가하시는 김수영 사범님의 투혼과 생명에의 숭고한 자취는 모든 바둑인의 영혼과 질환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질 참으로 아름다운 역사와 추억이 될 것임을 저는 확신하며 길이 칭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어찌 죽음을 찬양하며 고통을 일부러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김수영 사범님!

삶이란 죽음을 맞이하는 예술이요 끝없는 생명의 순환과 영원을 향하는 진화 속에서 참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로 살아있음은 보이는 것들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참되고 크고 영원한 세상을 발견하며 연습하는 과정이라 하겟습니다. 고통과 한번 정해진 죽음 속에서 맞이하는 인생을 충실되고 성공적으로 살아오신 생활을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진행하시고 계속하시기를 멀리서 충심으로,, 뜨겁게 응원하며 격려합니다.

덧붙여 첨언하고 싶은 것은 행여 살아온 날들에의 작은 미련이나 집착을 버리시고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로부터 참된 해방과 자유를 체득하시면서 바둑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암이란 결국 따뜻하고 부드러운 생명기운 앞에는 저절로 항복하게 되는 가장 착한 조언자요 감시자란 것을 기억하시고 아픈 부위와 장기를 어루만지시며 자상한 남편이 사랑스런 아내와의 속삭임 같이 몸과의 대화를 나누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타락한 말법시대에 의사와 병원이란 것들이 온통 그럴싸한 교묘한 말과 장치들로 중생들의 혼과 영을 빼앗고 육신을 상대로 온갖 만행과 장난질을 저지르지만, 무엇보다도 인체의 부작용과 혼란은 마음의 집중과 해방만으로도 충분한 효과와 놀라운 신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마음과 인체의 생명작용은 항상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는 겸허가 존재함을 기억하시면서 남는 시간들 속에 더욱 평안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늘이 부를 때까지 반상에 살다간 김수영 사범님의 영혼을 추억하면서.... 무오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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