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생각 :: 生覺_살면서 깨닫다 2005. 11. 11. 15:35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가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 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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