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 영갑(휴먼앤북스,2007.05)

책 :: 걷기 2007. 10. 24. 16:00


종종 책의 내용이나 부피에 상관없이

저자의 소개만으로 일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인 김영갑님의 소개글을 보면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는 사진들을 위해, 또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들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고, 관광지 제주가 아닌 섬의 속살을 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매일 끊이지 않는다.

투병 생활을 한 지 5년여, 작년부터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생명의 자연 치유력에 의지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평화를 즐기며 갤러리를 지키고 있다.


도무지 안 읽어볼 수가 없게 만드는 소개글.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어도 들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
형상도 없는데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 중간산 광활한 초원에 존재한다.'는 말처럼

자연에게 말을 걸고 자연이 들려주는 신비한 음성을 사진에 담을 줄 아는, 
그야말로 목숨값을 다해 사진에 몰두한 이 분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책을 읽던 중간중간, 아직도 방향없이 흔들리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러웠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글이 있다.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희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의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홈페이지 : http://www.dumoa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