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조지 베스트=루니

스크랩 2006. 1. 14. 21:54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2006년 독일 월드컵이 ‘브라질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창조적인 경기를 하는 호나우딩요와 생김새만큼 아름다운 경기를 하는 카카 때문이다.
브라질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팀으로 잉글랜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사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보다 한 등급 떨어지는 팀이었다.하지만 지난해 말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를 3대 2로 제압하자, 영국 축구팬은 물론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도 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치기 시작했다.잉글랜드의 강점은 최고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인력 풀. 프랭크 램파드·스티븐 제라드·데이비드 베컴이 이끄는 황금 허리 라인은 브라질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무엇보다 잉글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웨인 루니(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루니는 호주머니의 송곳처럼 상대 팀에게 치명적인 선수다.


영국인들의 루니 사랑은 절대적이다.호나우두보다 낫다며 ‘루날도(Roonaldo)’라고 부른다.한 언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 질문에 루니라고 답한 어린이가 가장 많았다.2위는 예수였다.

루니는 리버풀에서 평범한 노동자 집안의 삼형제 가운데 큰아들로 태어났다.루니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루니의 부모는 루니의 두 동생과 함께 정부의 보조를 받는 작은 집에서 살았다.루니는 어려서부터 유명했다.아홉 살 때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 에버튼 유니폼을 입었고, 유소년 리그에서는 무려 99골을 기록했다.그의 기량은 나이보다 훨씬 빨리 자랐다.열네 살에 에버튼 19세 클럽에서 뛰었고, 17세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2002년 루니는 데뷔골로 당대 최강 아스날의 30경기 무패 행진을 무너뜨렸다.


2003년 2월12일, 17살 1백11일의 나이에 호주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제임스 프린세프가 1백24년이나 지켜온 잉글랜드 최연소 선수 기록을 깬 것이다.7개월 후 루니는 잉글랜드의 최연소 득점 선수가 됐다.

루니가 세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였다.루니는 투박하지만 강하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공을 잡으면 치고 달리며 어느 각도에서나 강한 슛을 날렸다.공을 빼앗기면 50미터를 쫓아가 태클을 걸었다.정통 영국 스타일이었다.18세의 이 청년은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수비수를 쉽게 제치고 네 골이나 잡아냈다.하늘이 마라도나에게 신비의 드리블을 내렸듯이, 루니에게는 창조적인 축구 능력과 파워를 내린 듯했다.빼어난 스피드와 골 결정력, 정확한 볼 터치 그리고 나이가 믿기지 않는 침착함까지…. 마이클 오언이 지닌 모든 면에 파워가 붙어 있었다.


루니는 피나는 훈련으로 성공했다

칭찬에 인색한 디에고 마라도나조차도 ‘루니는 새로운 나’라고 극찬했다.아스날의 아센 웽어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내가 본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라고 말했다.알렉스 퍼거슨 경은 “루니는 30년 만에 잉글랜드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선수다”라고 말했다.대표팀 동료 프랭크 램파드는 “루니는 미드필더들의 꿈이다.어떤 종류의 볼을 줘도 루니는 완벽하게 요리한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입체 조사를 했는데, 루니는 3차원 시야를 가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거의 270도 각도의 상황을 인지하기 때문에 판단이 빠르다는 설명이다.루니의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피나는 훈련의 결과였다.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이다.“루니의 능력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그런데 훈련이 끝나면 반드시 공을 숨겨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루니는 밤새 공을 갖고 논다.나도 집에 가야 한다.”


루니는 베컴을 능가하는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로 떠올랐다.루니는 이미 영국 축구사를 고쳐 쓰고 있다.하지만 세계 축구사를 다시 쓸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그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하지만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불 같은 성격이다.루니의 다른 별명은 ‘Wazza’다.그것은 잉글랜드의 악동으로 악명 높았던 ‘Gazza’ 폴 개스코인을 본떠 붙여준 이름이다.2003~2004 시즌 동안 루니는 골보다 심판으로부터 받은 경고가 많았다.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냉정을 잃고 경기를 그르친 적이 두 번이나 있다.상대 선수의 거친 플레이는 놀라울 정도로 잘 참는 루니가 심판의 판정에는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최근 챔피언스리그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는 옐로카드를 받은 뒤, 심판에게 박수를 치며 조롱하다 퇴장당했다.마이크 타이슨이 영국을 방문하기 앞서 웨인 루니의 인간성을 가르치겠다고 나설 정도로, 루니는 자기 컨트롤에 문제가 많다.


두 번째는 루니가 나이트클럽에서 다리 힘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고인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조지 베스트와 재능은 물론 밤 생활까지 닮았다.조지 베스트는 술과 여자에 빠져 헐떡거리기 전까지는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루니는 나이트클럽에서 경기장 못지않게 기사를 만들어낸다.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파파라치의 시선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나이트클럽에서 약혼녀 콜린 맥러플린(19)을 폭행했고, 에버튼의 팬으로 추정되는 대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루니는 지난해 사창가를 드나들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루니가 일을 치르는 동안 수십명이 업소 앞으로 몰려들어 루니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구 응원가를 부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루니의 파트너였던 48세의 윤락녀는 여섯 아이의 엄마였다고 신문에 나기도 했다.당시 루니는 애인 콜린 맥러플린에게 “2년 만에 처음 간 것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얼마 전 나이트클럽에서 젊은 여성과 키스하는 장면이 또 들통나 곤욕을 치렀다.루니는 성난 콜린의 마음을 달래려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1억2천만원짜리 말을 사주었다고 한다.주급을 1억원씩 받는 루니에게는 그리 큰 출혈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루니가 콜린과 충실한 생활을 하는 것이 영국 축구에서 관심사가 되었다.16살 때 루니는 리버풀의 같은 동네에 살던 콜린을 사귀기 시작해 17살에 동거를 시작했다.18살에 약혼했다.루니 덕분에 콜린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콜린은 <보그> <엘르> 등을 통해 영국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얼마 전 패션쇼에서 화려한 워킹을 선보이고 다이어트 비디오를 출시하는 등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주진우 기자

출처 : [시사저널 200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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